견적 회신 4일→2일, 한 제조사의 도면 AI 사례
공장 AI, 설비 앞보다 견적 책상에서 먼저
안녕하세요, 라티스옵스 이동해 팀장입니다.
지난주에는 숙련공의 노하우를 '사례'로 남겨 두자는 이야기를 했어요. 이번 주에는 현장에서 몇 걸음 물러나 사무실로 들어가 보려고 합니다. 공장에 AI를 들인다고 하면 보통 설비부터 떠올리는데, 이번엔 견적 책상부터 보자는 이야기입니다.
오늘 얻어갈 것 · 이번 주에 재 볼 숫자 하나와, 도면 1장으로 해 보는 AI 시험 3단계
현장 장면
금요일 오후에 온 견적 요청은 대표님의 주말이 됩니다
금요일 오후, 견적 요청 메일이 몇 통씩 몰려옵니다. 도면을 열고, 재질과 치수를 옮겨 적고, 예전에 비슷한 걸 얼마에 냈는지 메일함을 뒤집니다. 이 일은 대개 대표님이나 공장장님 한 분에게 쌓이고요. 그렇게 금요일에 받은 견적은 대표님의 주말이 됩니다.
문제는 일감이 그동안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거예요. 회신이 늦으면 일감은 다른 공장으로 갑니다. 그래서 저는 AI를 써 볼 첫 자리로 설비 앞보다 이 견적 책상을 먼저 권합니다.
이번 주 흐름
경영진 150명이 꼽은 AI 1순위는 설비가 아니었습니다
미국 제조 기업 Xometry가 제조 경영진 150명에게 물었습니다. 2027년에 AI 효과가 가장 클 분야가 어디냐고요. 절반 남짓이 제조성 검토와 원가 산정을 꼽았습니다. 제조성 검토는 도면대로 만들 수 있는지 미리 따져 보는 일이에요. 품질검사는 47%, 현장 생산 실행은 32%였습니다. 설비 앞이 아니라 견적 책상. 미국 경영진도 같은 곳을 보고 있었던 셈입니다.
숫자 하나가 더 눈에 걸렸습니다. 연매출 5천만 달러 미만 기업의 44%가 설비를 70%도 못 돌리고 있었고, 이 중 48%는 가장 큰 걸림돌로 '일감 찾기'를 꼽았어요. 기계는 서 있는데 일감이 없는 겁니다. 견적을 빨리, 정확하게 내는 일이 곧 수주라는 이야기죠.
다만 Xometry도 선을 그었습니다. 지금 나오는 AI 성과 상당수는 실제 가격·생산 데이터와 연결되지 않은 범용 도구에서 나온다고요. 그러니 범용 AI에게는 도면을 읽고 정리하는 데까지만 맡기는 게 안전합니다. 계산보다 읽기부터요.

사례
도면 AI를 들인 두 공장, AI는 '읽고 맞춰 보기'를 맡았습니다
사례 1. 견적 회신 4일 → 2일
한 국내 산업 AI 기업이 10월 산업AI EXPO에서 공개한 고객 사례입니다. 이 회사의 고객인 한 대기업 제조사는 도면이 개인 PC와 메일, 공유 폴더에 흩어져 있었어요. 품목 하나에 하위 도면이 수십에서 수백 장씩 붙으니, 옛 설계를 찾고 어디가 바뀌었는지 비교하는 데만 한참이 걸렸습니다. 만들 수 있는지 판단하는 데 3일, 최종 견적을 보내는 데 4일.
도면 AI를 들인 뒤로는 도면을 올리면 AI가 재질·치수·형상을 뽑아 정리합니다. 말로 도면을 찾고, 비슷한 옛 도면을 띄우고, 버전 사이에 바뀐 곳을 짚어 줍니다. 원가 리포트와 제작 여부를 판단할 근거도 같이 나오고요. 회사 발표로는 생산 가능 여부 판단이 1일 이내로, 최종 견적이 2일로 줄었고 견적에 드는 인력 공수도 60% 줄었습니다. 다른 대기업 구매팀은 도면 검토 시간이 최대 90% 줄었고, 원가 근거가 같이 보이니 담당자마다 들쭉날쭉하던 견적도 고르게 맞춰졌다고 합니다.
솔직히 이 숫자를 그대로 우리 공장에 대입하기는 어렵습니다. 대기업 사례이고, 독립 검증 없는 회사 발표치예요. 회사 스스로도 도면 복잡도와 업무 환경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사례 2. 저희가 함께 일한 건설자재(거푸집) 제조사
처음 찾아갔을 때 이 공장은 도면을 한 장씩 카톡으로 현장에 보내고 있었어요. 납기가 바뀌면 전화로 확인하고, 엑셀을 고쳐서 다시 보냈습니다. 물량표와 도면이 안 맞는 건은 결국 공장에서 사람이 걸러내야 했고요.
저희는 시스템부터 만들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방식을 먼저 보고, 무엇을 풀지 정한 뒤에 만들었어요. 설계 폴더를 올리면 평면도와 제작도의 부재가 자동으로 이어지고, 물량표와 도면이 다르면 경고가 뜹니다. 작업지시서, 상차도, 송장도 여기서 바로 나오고요.
카톡과 엑셀에 흩어져 있던 도면과 납기가 이제 한 화면에 있습니다. 착수 3개월 만에 전사 도입이 결정됐고, 쓰는 범위도 계속 넓어지고 있어요. 지금은 도면을 읽어 물량을 자동으로 뽑는 AI를 같이 다듬는 중입니다.
두 사례의 숫자를 그대로 기대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우리 공장의 견적 회신 기간부터 재 두셔야 나중에 비교할 수 있어요.
이번 주 해볼 것
이번 주엔 도면 1장으로 AI를 시험해 보세요
- 먼저 숫자 하나를 잽니다. 지난달 견적 10건을 꺼내 '요청 받은 날'과 '회신한 날'을 적고, 평균 며칠 걸렸는지 세어 보세요.
- 도면 한 장으로 시험합니다. 고객명과 단가를 지운 도면을 ChatGPT나 Claude에 올리고 이렇게 요청해 보세요. "재질, 주요 치수, 수량, 후가공을 표로 뽑아 줘."
- 채점은 사람이 합니다. 견적 담당자가 결과를 보고 맞은 칸과 틀린 칸을 표시합니다. 맞는 칸이 많으면 한 달간 견적 앞단에 써 보고, 1번에서 잰 숫자가 줄었는지 다시 재 봅니다.
하나만 당부드릴게요. 단가는 AI에게 맡기지 마세요. AI에게는 옛 견적 중 '비슷한 품목'을 찾게 하고, 값은 사람이 정합니다. 그리고 고객 도면을 외부 AI에 올리기 전에는 고객과 맺은 비밀유지 약속부터 확인하셔야 해요.

단신
이번 주 알아둘 소식과 지원사업 하나
제조혁신 기업 6곳이 '한국다크팩토리AI사업협동조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설비와 솔루션을 함께 사는 공동구매를 내걸었고, 창립총회는 11월 13일로 잡혀 있어요.
지원사업도 하나 있습니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의 온디바이스 AI 애로기술 지원이에요. 첨단소재부품 관련 중소·중견기업이 대상이고, 전문가 기술지도로 500만 원 이내까지 지원합니다. 접수 마감은 12월 31일인데 지원 기간이 11월 30일에 끝나니, 실제로는 이번 달 안에 움직이셔야 합니다.
이번 호 자료 · 무료 · 이메일 입력 없이 바로 받을 수 있습니다
견적 AI 시험 카드 (A4)
지난달 견적 회신 일수 표, AI에게 시킬 문장 3개, 사람 채점표를 한 장에 담았습니다. 아래 PDF를 받아 인쇄해 이번 주 회의에 바로 쓰세요.
질문함
우리 공장 견적, 어디서 가장 오래 걸리나요?
도면을 찾는 데서인가요, 옛 견적을 뒤지는 데서인가요, 아니면 대표님 책상 위에서인가요? 알려 주시면 다음 호에서 익명으로 같이 풀어 보겠습니다.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동해 드림
P.S. 라티스옵스는 공장마다 다른 병목을 현장에서 찾아 함께 풀어 가는 팀입니다. 공장 운영이나 AI 도입으로 고민이 있으시면 메일로 언제든 편하게 연락 주세요.
출처
- Manufacturing Dive — Xometry 제조 경영진 조사
- 벤처스퀘어 — 사례 1, 국내 도면 AI 고객 사례 보도(보도자료 기반)
- 사례 2 — 저희 고객사 현장 회의 기록(2026년 9월, 회사명 비공개)
- 한국경제TV — 한국다크팩토리AI사업협동조합
- 더브이씨 — 온디바이스 AI 애로기술 지원